내가 교육학을 선택한 이유
그런 사람 있잖아.
좋아하는 건 많은데 미치도록 좋아하는 건 없고
아는 건 많은데 끝없이 파고들지는 않는 사람.
남들 하는 건 다 해야하는데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은 사람.
고등학교 입시를 남들보다 한 발자국 먼저 시작하고 싶어서 했던 건 내가 앞으로 3년을 바칠 진로를 정하는 거였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학과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서울대학교를 검색하고 절대 못할 것 같은 것부터 지웠어. 생각보다 많이 지워지더라고.
하기 싫은 것도 지웠어.
내가 원하는 직종의 진로가 없거나 너무 희박한 것들.
그러니까 남은 게 별로 없었어. 나는 내가 별로 바라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
1- 입시의 효율성
그리고 남은 것 중에 고르려고 했는데 문득 든 생각이 '교육'이라는 건 남은 이 모든 학과를 준비할 수 있는 키워드일 수 있다는 거였어.
세상의 어떤 사회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어떤 문제를 예방하더라도 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였고 내 생활기록부를 남들과 다르게, 내 마음껏 꾸릴 수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그떄부터 진지하게 교육학 전공을 생각했어.
교육학과에도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렇게 특정 과목을 전문으로 하기에 나는 딱히 특출난 과목이 없었거든.
2- 망상
고등학생 때 환경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살아있는 순간 중 어느 날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추측도 믿었어.
지구가 한 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아니고 인류의 삶이 고달파질 거라는 정도의 생각이었지.
그래서 인간이 죽는 순간에도 포기할 수 없을 만한 것을 선택하고 싶었어. 그 중 하나가 교육이지.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녀의 교육을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3- 연결망
보통 인문에 더 가깝다고 보지만 사실 교육은 인문 계열이라고 말하기도 자연계열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학문이라고 생각해. 아니어도 나는 그렇게 공부할 거야.
심리학, 공학, 철학,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써, 혹은 학문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라고 생각해.
세상을 얇고 넓게 덮고 있는 형태의 학문이지 않을까 싶어.
실제로 어떤 사회 문제의 예방에 교육이 빠지는 일은 매우 드물거든.
때문에 교육학 안에서 교육 심리학, 교육 공학, 교육 철학, 교육 평가 등의 과목을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학문이 필요해.
공부하기 너무 까다로울 것 같다고? 글쎄?
오히려 전공자들보다 덜 공부하고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어서 좋던걸?
4- 대입의 장점
일단 생기부 채울 자원이 많아.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보통 고등학교에 있지.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은 학생이고 주변 친구들도 또래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 이야기는 귀찮게 보고서 쓰러 사례조사를 나갈 일이 없다는 거야.
관찰도 학교 수업에서 하고 분석도 하교 수업으로 하고 여론 조사도 학교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아.
내 일상 안에서 시야를 조금씩 달리하며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을지도?
'교육'이라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내 고등학교 생활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모든 사건 사고를 가지고 어떤 교육의 방향으로 해결할지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기도 했어.
5- 앞으로
그런데 어느날 '나는 교육을 해결책 그 이상으로는 볼 수 없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
남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 그 자체만으로 남들에게 흥미를 끌어내는데 나는 남들이 가지고 있는 흥미를 이용해서 교육학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어.
그래서 앞으로는 교육학을 다른 방향을 만들어가는데 시도하고 싶어.
무언가의 해결책, 무언가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학 그 자체로 대중들이 흥미를 느끼게 해보고 싶어.
나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게 사실이야.
하지만 남들이 안 했으니까 더 해보고 싶은 걸? 지금은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되겠지.
이 블로그는 그저 그걸 위한 하나의 시도일 뿐이야.